국내 주력 수출제품으로 첫손에 꼽히는 반도체 메모리와

디스플레이는 고도의 정밀성을 요하는 제품이다.

 

하지만 고절연 물질을 다량 취급하는 반도체 및

액정표시장치(LCD) 제조 공정에 정전기가 발생하면 이물질이 달라붙어

수율 저하, 패턴 파괴, 인쇄 불량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이는 곧 생산성 악화를 불러,

정전기 제거는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 확보를 위한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외산 제품이 득세하는 정전기 제거 장치 분야에서

기술 국산화에 성공하며 AMOLED, PDP, LCD 같은 FPD 산업에서

세계 점유율 1위를 달성한 자랑스러운 우리 기업이 있다.

부경대 교수로 활동하던 이동훈 대표가 설립한

㈜선재하이테크(www.sunstat.com)가 그 주인공이다.

남다른 열정과 의지로 정전기장치 국산화 성공

일찍이 정전기 관련 진단 및 컨설팅, 엔지니어 교육 등을 수행해온 이 대표는

1998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 두 번째로 연X선을 이용한 정전기 제거 장치의

제품화에 성공한 경험이 있었다.

이를 통해 관련 장치를 양산하기 위해 적절한 기업 파트너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당시만 해도 일본, 미국 기업들이 선점한 정전기 제거 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 때문에 선뜻 나서는 기업이 없었다.

이에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과 국산화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던 이 대표가

2000년 5월 부경대 벤처기업으로 탄생시킨 것이 바로

지금의 선재하이테크다.

“연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관련 제품의 국산화 열망이 강했습니다.

우리가 이 분야에 뛰어들었을 당시만 해도 거의 90% 가까운 점유율을 일본 기업들이 차지해 터무니없는

가격과 부족한 서비스로 우리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우리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이 세계적이라고들 하는데,

그 사업에 필수적인 정전기 제거 기술은 왜 그만큼의 수준에 달하지 못하는지 항상 안타까웠습니다.”

후발주자임에도 남다른 경쟁력으로 세계 1위를 달성한 이 대표의 말에는

뜨거운 열정과 의지가 가득 차 있었다.

그동안 기술기업으로서 꾸준히 성장해온 선재하이테크는

설립 이후 이노비즈 인증 획득은 물론, 2013년 부산혁신기업인상,

수출 유망 중소기업 지정, 벤처기업대상 대통령상 수상 등을

통해 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정전기 제거 핵심 기술과 관련된 특허-실용신안 등의

지식재산권만도 120여 건에 달할 정도다.

이 같은 독자적인 특허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이 대표는 특허 업무 전담 인력을 배치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와 침해 대응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대기업과의 상생 모델로 더 큰 발전 모색

선재하이테크는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에서 그 기술력을 인정받기 위한 노력도

결코 게을리하지 않는다. 일본과 대만 등지에서 지속적인 기술 세미나를 열어

제품을 알리고 있으며, 국내외 우수기업에 제품을 공급하며 남다른 신뢰를 얻었다.

삼성전자, LG전자, 삼성SDI 등 국내 유수의 기업뿐 아니라

일본의 도시바와 히타치, 대만 IMTC 등의 해외 기업도 고객사로 두고 있다.

또한 선재하이테크는 제품 자체의 우수성만이 아니라,

우수한 고객 관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 업체들이 제공하던 ‘생산-판매-사후관리’라는 3단계 형태의

일반적인 사업구조를 탈피해 ‘진단-기술지원-생산-판매-유지관리’에

이르는 5단계의 유기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고객사의 요구에 맞춘 온-디멘드 형태의

종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로써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서비스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

올해 매출 200억 원을 목표로 전 사원이 전심전력을 다하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는 대기업 쪽에 꼭 하나 바라는 점이 있다고 한다.

“보통 대기업의 기술개발 요청 시 정부의 구매조건부지원제도 혜택을 받기 위해

대기업에 확인서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대부분 거절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른 선진국들은 대기업에서 하청 중소기업에 신기술이나 신제품 개발을 요청할 때

연구비용까지 부담해주는 현실에 비하면 안타까운 일이죠.

대기업이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중소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찾았으면 합니다.”

단일 기업을 넘어 업계의 상생 모델까지 고민하는

이 대표의 말이기에 더 큰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정원 기자 jw7@donga.com